• 2025. 4. 1.

    by. Fintastic

    📌 이 글의 목차

      한화그룹은 국내 굴지의 대기업으로서, 전통적인 제조업 기반을 바탕으로 방위산업, 화학, 에너지, 태양광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해왔습니다. 특히 2세에서 3세로의 경영권 승계는 매우 장기적이며 전략적인 방식으로 설계되었고, 이는 대한민국 재계에서 전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교묘하고 정교한 구조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한화그룹 승계의 출발점이 된 한화S&C, 전략적 재편의 핵심인 H솔루션, 실질적인 지배기반인 한화에너지, 그리고 삼성그룹과의 초대형 빅딜까지, 전체 승계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분석합니다. 또한, 김동관 부회장이 선도한 태양광 사업과 그룹의 미래 전략도 함께 조명하며, 대한민국 재벌 지배구조의 실상을 이해해보겠습니다.


      한화그룹 승계의 시작: 한화S&C 설립과 지분 이전

      한화그룹의 승계는 단지 경영권 이전만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이는 수십 년에 걸쳐 진행된 지배력 이전을 위한 재무적, 법적 설계의 결정체였습니다. 그 출발은 바로 한화S&C였습니다. 2001년 ㈜한화 내부 전산부서를 독립시켜 설립된 한화S&C는 단순한 IT 서비스 제공업체였으나, 이후 그룹 내 계열사들의 전산 수요를 독점하며 급성장하게 됩니다.

      핵심은 지분 이전 시점과 방식이었습니다. 2005년, 김승연 회장은 한화가 보유한 지분을 장남 김동관에게, 자신이 보유한 지분 일부를 차남 김동원과 삼남 김동선에게 헐값에 넘겼습니다. 30억 원 수준의 비용으로 100% 지분을 자녀들에게 이전하는 데 성공했고, 이로써 한화S&C는 3세들의 개인 회사가 됩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의 지분 평가 방식과 절차의 타당성이었습니다. 실제 검찰은 회사의 주당 가치를 23만 원대로 산정했지만, 실거래가는 5천 원 안팎이었습니다. 결국 김승연 회장은 899억 원 상당의 손실을 ㈜한화에 입혔다는 이유로 배임 혐의로 기소되었고, 대법원은 형식적 절차 준수라는 이유로 무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이 결정은 “법은 편법을 눈감아줬다”는 사회적 비판으로 이어졌습니다.


      내부거래 성장과 구조 재편: H솔루션과 한화시스템

      한화S&C는 세 자녀의 개인 회사가 된 이후, 그룹 계열사로부터 막대한 일감을 받아 급성장합니다. 2016년 기준으로 순자산 9,464억 원, 매출 3,642억 원 중 69.5%가 내부거래에서 발생할 정도로, 실질적 매출 대부분이 그룹 계열사로부터 왔습니다. 이는 전형적인 일감 몰아주기 구조로, 정부의 감시망에 오르게 됩니다.

      하지만 한화는 선제적으로 대응합니다. 2017년 한화S&C를 ‘전산부문’과 ‘투자부문’으로 분할하여, 투자부문은 H솔루션이라는 새로운 법인으로 변경합니다. 이후 전산부문은 한화시스템에 합병시켜 계열사로 편입하고, 사익편취 규제를 피합니다. 핵심 자산은 내부거래가 없는 H솔루션에 남겨둔 채, 규제를 우회한 셈입니다.

      H솔루션은 이후 한화에너지, 한화종합화학 등의 지분을 보유하며 세 자녀의 개인 지주회사로 기능합니다. 이처럼 법적으로는 분할과 합병, 실질적으로는 지배력 유지와 규제 회피라는 양면의 목적을 동시에 달성한 구조입니다.


      한화에너지의 부상과 승계 핵심 고리 전환

      승계의 다음 핵심 축은 한화에너지입니다. 한화에너지는 원래 한화S&C가 보유하던 발전 자회사로 2012년 여수와 군산의 열병합발전소를 통합하며 출범했습니다. 이후 H솔루션이 이를 전량 보유하게 되었고, 2021년에는 H솔루션이 한화에너지에 흡수되어 3형제가 지분 100%를 직접 보유하게 됩니다.

      이 시점부터 한화에너지는 사실상 ㈜한화에 대한 지배력을 확대하는 도구로 활용됩니다. 2024년, 한화에너지는 ㈜한화 지분 8%를 공개매수 방식으로 취득하려고 시도했고, 실제로 약 5.2%의 추가 지분을 확보하여 **총 14.9%**의 지분율을 확보합니다. 이는 김승연 회장의 지분(22.65%)에 맞먹는 수준으로, 형제들의 지배력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는 셈입니다.

      2025년 예정된 한화에너지의 IPO는 또 다른 승계 재원 확보의 열쇠입니다. 현재 순자산만 5조 원이 넘는 이 거대 비상장사의 상장은, 자본시장 내에서 김동관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3세 경영 체제를 공고히 하는 작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김동관 부회장의 태양광 사업 도전기

      김동관 부회장은 태양광 사업을 그룹의 미래 성장축으로 삼고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습니다. 2012년 파산 위기의 독일 기업 **큐셀(Q-Cells)**을 인수하여 한화큐셀을 설립했고, 이후 한화솔라원과 통합해 한화솔루션이라는 에너지 통합 법인을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그룹의 '친환경 전환'을 상징하는 동시에, 김 부회장이 후계자로서의 비전과 실행력을 보여주는 무대였습니다. 미국 IRA 법안에 따른 보조금 효과를 발판 삼아 미주 생산라인 증설에도 나섰고, 프랑스 RES 인수로 유럽 시장 공략도 강화했습니다.

      그러나 실적 면에서는 아쉬움이 큽니다. 태양광 사업은 막대한 초기 투자가 요구되는 반면, 글로벌 가격 경쟁 심화와 수요 변동성에 민감합니다. 2022년 흑자 전환 후, 2023년 하반기부터 다시 공급 과잉에 따른 단가 하락으로 적자 전환되었고, 2024년 1분기에는 1,190억 원이 넘는 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김 부회장에게도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 마련’이라는 과제를 안겨줍니다. 현재 그는 수소에너지, 우주항공, 미래방산 등 신산업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며 돌파구를 찾고 있습니다.


      삼성그룹과의 빅딜: 방산·화학 사업 인수

      한화그룹 승계 과정에서 2014년 삼성그룹과의 초대형 빅딜은 결정적 전환점이었습니다. 당시 김승연 회장은 삼성에게 방산 및 화학 계열사를 인수 제안했고, 약 1조 9천억 원에 거래가 성사되었습니다. 인수 대상은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등 알짜 계열사들이었습니다.

      이 인수를 통해 한화는 재계 순위 10위권으로 도약했고, 방산 분야에서는 K9 자주포, 천무 미사일 등으로 글로벌 수출 경쟁력을 확보했습니다. 특히 폴란드와의 8조 원 수출 계약은 그룹 실적을 단숨에 끌어올리는 원동력이 되었으며, 후속 수주도 잇따랐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디펜스, 한화오션 등으로 이어지는 방산 라인은 김동관 부회장이 승계 이후 안정적으로 실적을 창출할 수 있는 핵심 포트폴리오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화학 부문도 한화솔루션과의 시너지로 활용되고 있으며, 해당 인수는 ‘비용 대비 수익성이 가장 높은 M&A 사례’로 평가됩니다.


      한화 승계 전략의 총평: 전략과 운, 그리고 과제

      한화그룹의 승계는 '그림처럼 짜인 시나리오'와도 같았습니다. 한화S&C를 통한 자산 증식, H솔루션으로의 규제 회피, 한화에너지로의 지배력 집중, 삼성 빅딜로 외형 확대. 여기에 적절한 타이밍의 운이 더해지며 모든 계획이 무리 없이 작동했습니다.

      하지만 편법 논란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총수 일가가 내부 거래를 통해 시드머니를 축적하고, 그 자산으로 그룹 지배력을 높이는 구조는 재벌 승계의 전형적인 방식입니다. 경제개혁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이사회의 충실 의무와 법적 규제가 무력화되고 있다”며 문제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현재 세 아들은 ㈜한화 지분을 직접 약 10%, 한화에너지를 통해 약 15%를 보유하며 김승연 회장을 능가하는 실질 지배력을 확보했습니다. 승계는 거의 마무리된 셈이며, 이제는 공정성과 투명성을 어떻게 입증할 것인가가 다음 과제로 남았습니다.

       


      마무리: 승계는 끝났다, 이제는 성과로 말해야 할 때

      한화그룹의 승계 과정은 한국 재계에 하나의 모델이자 경고를 동시에 제공합니다. 정교한 구조 설계, 우호적 외부 환경, 전략적 투자와 기회 포착이 맞물렸기에 가능했던 승계였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이후의 경영성과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김동관 부회장이 어떤 리더십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이 모든 승계 전략은 ‘합법을 가장한 편법’이 아닌 ‘실력 기반의 리더십 이양’으로 재조명될 수 있습니다. 한화의 미래는 이제 전략보다 실천, 계획보다 투명성이 중요한 시점에 와 있습니다.

       

      한화
      /그래픽=비즈워치